
"AI 에이전트 만들기"를 검색해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분명 나는 회사 업무를 좀 맡겨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나오는 글은 전부 파이썬 설치, API 키 발급, 랭체인 튜토리얼, n8n 노드 연결이에요. 몇 개 열어보다가 "아 이건 개발자들 얘기구나" 하고 닫게 되죠. 저도 그 경로를 그대로 밟았던 사람이라, 오늘은 반대쪽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코딩 없이, 사무 업무 기준으로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법이요.
먼저 개념부터 짚고 가면, AI 에이전트는 "똑똑한 챗봇"이 아닙니다. 물어보면 대답하는 게 챗봇이고, 맡기면 끝까지 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게 에이전트예요. 이 구분이 처음이시면 지난 글 에이전틱 AI 편을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오늘 글은 그 다음 단계 — 그래서 그걸 어떻게 만드느냐입니다.
에이전트의 재료는 코드가 아니라 세 가지입니다
개발자용 튜토리얼을 걷어내고 보면, AI 에이전트를 이루는 재료는 사실 세 가지뿐입니다. ① 맡길 업무 하나, ② 그 업무의 규칙, ③ 일할 자리(자료에 접근하고 결과물을 남길 곳)예요. 파이썬이니 API니 하는 건 이 세 가지를 조립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고, 요즘은 그 조립을 대신해주는 도구가 나와 있어서 수단 쪽은 몰라도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재료가 안 갖춰지면 아무리 좋은 도구를 써도 에이전트가 안 됩니다. "AI야 알아서 우리 회사 일 좀 해줘"가 안 되는 이유가 이거예요. 업무가 특정되지 않았고, 규칙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만들기의 핵심은 도구 조작이 아니라 일을 맡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신입사원 인수인계랑 똑같습니다.
코딩 없이 만드는 4단계

1단계, 업무 하나를 고릅니다. 기준은 두 개예요. 매주(또는 매일) 반복되는가, 그리고 남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매주 월요일 지난주 자료를 취합해서 주간보고 초안 만들기" 같은 게 딱 좋습니다. 반복되지 않는 일은 맡겨도 효율이 안 나오고,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은 AI도 못 합니다.
2단계, 규칙을 말로 적습니다. 어디 자료로, 무엇을, 어떤 형태로, 어디까지 — 이 네 가지를 채우면 됩니다. "보고서 폴더의 지난주 파일들로, 주간보고 초안을, A4 한 장에 실적은 표로, 초안까지만 하고 멈춰" 이런 식으로요.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3단계 이후에 고쳐집니다.
3단계, 이름을 붙여 임명합니다. 여기가 도구가 필요한 지점인데, 제가 쓰는 마이두(myDoo)를 예로 들면 이렇게 됩니다. PC에 설치하는 프로그램이라 AI가 내 폴더의 자료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그 위에 "주간보고 담당" 같은 이름으로 에이전트를 임명할 수 있어요. 임명된 에이전트는 자기 방이 생겨서 2단계에서 적은 규칙(지침)을 갖고 일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쌓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돌게 주기를 걸어둘 수도 있고요. 이 과정에서 코드는 한 줄도 안 씁니다 — 대화로 규칙을 정하면 그게 곧 세팅이에요.
4단계, 4주 정착시킵니다. 첫 주는 돌려놓고 결과를 매번 확인합니다(신입 첫 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둘째 주엔 피드백을 규칙에 반영하고, 셋째 주엔 확인 없이 맡겨보고, 넷째 주에 판정해요. 판정 기준은 하나입니다 — "이게 없어지면 아쉬운가?" 아쉬우면 성공한 채용이고, 아니면 업무를 바꿔 다시 하면 됩니다.
"그거 매크로랑 뭐가 달라요?"
자동화 툴을 써보신 분이라면 이 의문이 들 텐데, 좋은 질문입니다. 매크로·RPA는 정해진 동작을 재생합니다. 화면이 바뀌거나 자료 형식이 달라지면 멈추죠. 에이전트는 판단이 끼는 일을 합니다. 이번 주 자료가 지난주와 파일 개수가 달라도, 형식이 조금 달라도, 목적에 맞게 알아서 처리해요. 그래서 매크로는 "클릭 열 번 줄이기"에 쓰고, 에이전트는 "업무 하나 통째로 넘기기"에 쓴다고 구분하시면 맞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가트너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가 취소될 거라고 전망했을 정도로, "전사 도입" 같은 큰 그림은 잘 무너져요. 업무 딱 하나, 4주 — 이게 실패 확률이 제일 낮은 크기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AI 에이전트 만들기는 개발 스킬이 아니라 인수인계 스킬에 가깝고, 재료는 업무·규칙·자리 세 가지, 절차는 4단계면 됩니다. 마이두는 Windows용이고 개인은 무료라서, 이번 주 반복 업무 하나 골라서 실험해보기엔 부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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